모 기업 대표님의 파이낸셜 모델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모 기업 대표님의 파이낸셜 모델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 정리

CTO님, 개발팀 인원 세명과 함께 모 기업에 방문했다. 이후 설탕 가득한 꽈배기를 집어먹으며 나누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내용들을 정리 및 기록한다. 각 회사의 상황과 맥락이 다르니 다른 잘나가는(?) 회사의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많은 내용이 공감되었다.

방문 기업의 상황

  • 처음 몇달간 아예 제품을 개발하지 않고 기획과 VoC에만 집중했다.
  • 어느정도 동기부여가 되어있는 소수 정예로 팀을 구성했다
  • 팀에 회사의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 내부 앱을 개발해 앱을 열면 회사의 런웨이가 얼마나 남았는지, ARR이 얼마나 늘었는지 등이 모두 한눈에 파악된다
  • 가장 근간이 되는 제품의 퀄리티에 가장 많이 투자했다
    • 결과적으로 매출 원가가 약 20%내외로 아주 낮아 수익률이 굉장히 좋다
    • 매출 원가가 낮아져 수익률이 증대되니 런웨이가 계속해서 늘어난다
    • 회사에 돈이 많아지니 여유가 생겨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어졌다
  • 수익을 직원들에게 공유한다
    • 소수정예인 만큼 직원 한명 한명이 너무 소중하다
    • 연봉, 복지등을 최대한 지원한다
      • ARR이 10% 증가했다면 전 직원들의 연봉을 10% 인상하고, 20%가 올랐다면 20% 인상한다
    • 자진 퇴사율이 0%에 가깝고, 직원들의 사기가 매우 높다
    • 직원들이 강한 동기와 회사의 제품이 내 제품이라는 오너십을 가진채 업무에 임한다
      • 회식에서 메뉴 하나를 고를때조차도 이 메뉴하나 시키면 ARR 얼마다 라는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 회사의 ARR이 증대되면 본인들의 처우가 그대로 좋아지니 야근, 주말근무도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 선순환이 일어난다

직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회사의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두의 동의를 이끌어내야한다. 헤게모니를 쥔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특정 집단의 동의를 이끌어내 집단의 대변자가 된다면 그것은 강력한 힘이 된다. 독일 국민들은 하나된 독일, 강한 독일을 원했고 히틀러는 독일 국민들의 이러한 염원과 지지를 얻어냈다.

이러한 동의 없이 리드급 이상에서 모든 업무가 결정되고 진행된다면 리드급 미만의 직원들은 함께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직원들의 사기와 동기는 점점 떨어질 것이다.

엔젤 언저리일때 기업의 대표가 70% 이상의 지분을 들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직원들에게 설명해보자.

  • IPO까지 가기 위해 최소 5번 이상의 라운드를 거쳐야 한다
  • 매 라운드마다 투자자들에게 10% 내외의 지분을 주어야 한다
  • IPO 직전까지 갔을 때 대표에게 남은 지분이 없다면 모럴헤저드가 일어나 IPO가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 IPO가 되지 않는다면 결국 경영진, 직원, 투자자들 모두에게 좋을 게 없다
  • 모두가 윈윈하려면 사공이 많아 더이상의 진척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막기 위해 대표가 지분을 많이 들고 있어야 한다

직원들이 이러한 맥락을 듣는다면 대표가 많은 지분을 들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제품 주도 성장

가장 전통적인 마케팅은 세일즈맨이 직접 발로뛰며 영업을 하는것이었으나, 이제는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영업과 운영에 인력이 많이 투입될수록 판관비로 인한 매출 원가가 높아져 결국 회사의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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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냥 제품의 퀄리티가 너무 좋아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지갑을 열기 시작하는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직접 가게에 전화를 하거나 직접 가게로 가 테이크 아웃을 하면 배달비와 수수료가 더 저렴해지거나 아예 없어질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고객들이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하고 배달료와 수수료를 지불한다. 왜? 편하기 때문이다. 배달앱을 통해 배달주문을 하는것이 번거로웠다면 사람들은 요금을 지불하고 배달앱을 사용했을까?

요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Chat-GPT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매월 20달러를 결제하고 Chat-GPT Plus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왜? 이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Chat-GPT를 사용해본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권한다. 즉, 고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영업과 마케팅이 진행된다.

제품의 품질을 기반으로 유입과 리텐션이 일어나면 원가가 최적화된다.

항상 Burn Rate와 ROI에 대해 고민할 것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번 레이트(Burn Rate)”에 예민하다.

개발자는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개발 업무를 하지만, 그 근본은 비즈니스다. 그리고 비즈니스는 항상 Cost vs Benefit이다. 개발자의 인건비, 서버비, 사무실 임대료 등 그냥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도 회사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한 팀에 연봉 3천만원을 받는 직원이 5명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가 지나는 것 만으로 회사는 하루에 약 52만 원 정도의 지출을 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떠한 기능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5일이 걸렸다면 회사는 약 260만원+@의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들여 기능을 개발했는데 막상 돈은 벌리지 않고, 오히려 해당 기능을 유지보수하기 위해 소중한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기 시작하면 손실은 배가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때로는 기능을 개발하지 않는 게 더 이득일 때도 있다.

ROI를 아주 쉽게 풀어 얘기하면 어떤 업무를 진행했을 때 이 업무의 결과가 과연 우리의 인건비라도 건져줄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새로운 수익 아이템을 찾는 것도 물론 매우 중요하지만, 회사의 근간이 되는 제품의 PMF를 먼저 찾고, 그것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스타트업에게는 더 중요하다. 즉, 스타트업에는 아주 잘 만들어진 제품 하나가 가장 중요하다.

기본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 돈이 부족해지기 시작하면 여유가 없어지고, 여유가 없어지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진다.

13명의 직원, 1조 원의 가치

단기적인 지표만을 위한 업무를 하지 말 것

기준금리가 낮아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려있었던 최근까지의 시장의 룰은 규모의 경제였다. 막대한 자금을 집행해 매출을 크게 일으키면 더 많은 투자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 모든 자금을 사업에 재 투자하여 더 큰 매출을 일으키고, 다시 더 큰 투자를 받는다. 이를 반복하며 회사의 몸집을 키우고 BEP를 넘긴다. 성공하면 IPO를 진행한다.

유니콘이라 불리던 몇몇 기업들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막차를 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며 시장의 룰이 바뀌었고, 이제는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그리고 역시 유니콘이라 불리던 몇몇 회사들은 막차를 놓친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시장의 룰이 바뀌었으므로 변경 된 룰에 적응해내는 기업들은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개인과 기업 모두 옥석가리기에 들어갔다.

이러한 상황에 굳이 지표를 보고 일을 한다면,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최종적으로 집중해야 할 지표는 이제는 매출이 아닌 영업이익이다. 예를 들자면 마케팅팀이 매출을 KPI로 정하고 업무를 진행한다고 가정해보자. 매출은 비용+이익이므로 비용에 해당하는 마케팅비를 크게 집행하면 매출이 당연히 증대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날까? 마케팅비를 줄이면 그 즉시 매출이 떨어질 것이다. 이러면 마케팅팀은 KPI를 쉽게 달성할 수 있을것이나, 회사 차원에서 보면 이는 유의미한 이득이 되기 어렵다.

즉, 목표와 이니셔티브가 건강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개인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할 줄 알아야 한다.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임직원들은 개개인이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발휘해야 한다. “회사가 더 많은 연봉을 주면 더 열심히 일하겠다”가 아니라 “내가 성장하고 성과를 달성했기 때문에 회사는 나에게 더 투자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회사가 나를 연봉 3천만원에 고용했다면, 회사는 내가 1년 동안 3천만원 이상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을 바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회사는 나를 고용할 이유가 없다. 연봉이 오르면, 회사의 기대치도 높아진다. 대부분의 초년생과 일부 경력직들은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회사에 입사하여 높은 연봉만을 원한다. 이런 태도로 스타트업에 입사한다면, 상황이 악화되고, 조직 구조가 조금이라도 변화할 때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순히 돈을 받기 위해 회사를 다니고, 상급자로부터 받은 업무만 처리하는 업무 방식은 스타트업에 적합하지 않다. 이런 방식은 공무원, 공기업, 은행, 대기업과 같은 보수적인 조직에 어울린다. 스타트업에 있을 때는 나이, 직급, 직책, 경력, 실력 등에 연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주도해야 한다. 프로페셔널이 되어야 한다. 나의 마음가짐, 실력, 성과가 인정되면 연봉, 스톡옵션, 대우가 따라올 것이다. 단지 경력만 쌓아서 처우가 좋아지길 원한다면, 호봉제를 실시하는 회사로 가는 것이 좋다. 이런 맥락을 모르고 스타트업에 입사한다면 처우에 대한 기대는 포기하는 것이 좋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장단점 중 하나는 규모가 작고 조직 구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속된말로 체계가 없다). 역설적으로 이런 특성 덕분에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수행한 일의 영향이 명확하게 보이고, 그에 대한 피드백이 즉시 이루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환경이 적합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스타트업의 연봉과 복지 등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급격하게 성장하는 기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 시장에 대한 통찰력과 민첩함,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노력이라는 가치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정말 성공한다면, 스톡옵션을 통해 상당한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비록 낮은 확률이지만!).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장점들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시장 상황에 주목하면서, 각자가 스타트업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목적과 명확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력한 동기부여를 갖춘 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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